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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UBLISHED · 2026년 8월 19일·7 MIN READ

어느 배우의 친일파 조상 논란, 무지와 교만 사이

배우 하영이 예능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한 뒤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활동이 드러났다. 연좌제 금지 원칙과 부끄러운 계보를 자긍심으로 소환할 자유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역사#문화#칼럼
Column on an actor's pro-Japanese ancestor controversy

원문: [삶, 오디세이] 어느 연기자의 친일파 조상 논란을 바라보며 — 경기일보

개요 #

OTT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하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말한 것이 공개 망신으로 돌아왔다. 자랑의 근거였던 증조부 안상호를 두고 친일 활동 기록이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결대 정민아 교수(영화평론가)는 경기일보 칼럼에서 이 논란을 무지함과 교만이라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조상의 이름이 역사에서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 가르치지 않은 윗세대의 침묵도 잘못이고, 스스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감추지 않아야 후손이 이런 일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논란이 거꾸로 증명했다는 진단이다.

자랑이 논란이 된 과정 #

하영은 연기 철학을 말하는 대신 '고종 황제를 치료한 명문가'라는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 뒤로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정보가 계속 붙었다.

여러 매체 확인에 따르면 안상호는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 '대정친목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국비 유학생 신분으로 귀국을 거부한 채 일본에 남아 변절했다.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을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고 소개된 조부 역시 그 시기가 소록도 최악의 인권유린이 벌어진 때와 겹쳐 논란이 됐다. 해명 인터뷰에 나선 부친을 둘러싼 의혹도 함께 퍼지고 있다.

정 교수는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했거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면 하영이 집안의 치부를 함부로 자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최상류층으로 부유하게 살며 원하는 것을 다 누렸으니 그것을 자기 스펙으로 여기고 떠벌렸고, 그 교만이 오늘의 망신을 불렀다.

연좌제가 아니라 '소환할 자유'의 문제 #

조상의 잘못을 왜 후손이 뒤집어써야 하냐며 연좌제를 꺼내는 목소리도 있다. 근대법의 대원칙은 연좌제 금지다. 증조부의 친일 행위를 이유로 하영의 활동을 막을 근거는 없다.

정 교수는 그러나 논란의 본질이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데 있지 않다고 짚었다. 매국이라는 부끄러운 계보를 자긍심의 서사로 소환할 자유가 있는가. 질문은 그쪽이다. 을사오적을 비롯한 악질적 친일 부역자의 후손들에게는 조용히 사는 편이 낫다고 그는 덧붙였다. 침묵이야말로 많은 희생을 치른 대다수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얘기다.

전우원과의 대비 #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 Photo by YI REN on Pexels

칼럼이 대비 인물로 꼽은 사람은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다. 그는 2023년 광주를 찾아 5·18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할아버지는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 말했다. 사죄가 특별했던 이유는 가족이 가르쳐주지 않은 진실을 스스로 찾아내 마주했다는 점에 있었다. 배우고, 직면하고, 고백하는 순서를 혼자 밟았다.

정 교수는 두 사람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봤다. 한쪽은 배우지 못한 채로 무대에 섰고, 다른 한쪽은 스스로 깨치고 무릎을 꿇었다. 한쪽이 비난받고 다른 한쪽이 칭찬받는 것, 그것이 역사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제대로 된 피드백이라고 했다.

검색창으로 옮겨간 '파묘' #

논란이 퍼지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자기 가문이 독립운동 가문인지 친일 가문인지 찾아주는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밈으로 유행하고 있다.

영화 '파묘'가 스크린에서 매장된 역사를 파헤쳤다면, 이번에는 대중이 검색창 하나로 직접 파묘에 나선 셈이다. 역사가 책 속에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먹으며 현재에 다시 쓰이고 있다는 것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