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청, 조희대 '대통령 패싱'에 불쾌감…"임명권 무시 초유 사태" — 한겨레
개요 #
청와대가 2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반려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상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서면으로 제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 판단의 핵심은 절차다. 여권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서면 제청은 국가수반의 임명권을 무시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건너뛰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헌법 조문에는 없지만, 관례는 있었다 #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이렇게 정한다.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그동안의 관행이다. 대법원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기 전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왔다. 청와대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지점이 바로 여기다. 조문상 의무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절차를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깼다는 것이다.
면담은 왜 성사되지 않았나 #
양쪽 설명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에 앞서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분이 합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서면 제청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설명은 다르다. 18일 노 처장이 민정수석실에 전화를 걸어,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함께 손 부장판사도 제청하겠다고 구두로 통보한 뒤 서면 제청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이미 조율을 마친 인물이었다. 반면 손 부장판사는 후보로 거론된 적조차 없다가 18일에야 갑자기 명단에 들어왔다.
청와대는 면담이 불발된 것도 순서 문제로 본다. 후보자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면담을 먼저 잡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법원행정처에 "의견이 조율되면 대통령 면담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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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청권이 먼저인가, 임명권이 먼저인가 #
법조계 해석은 갈린다.
노 처장은 19일 두 권한이 "동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대통령이 원하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된다면 헌법에선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규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정반대 견해를 밝혔다. "임명권자의 임명권이 제청권보다 더 상위 권한"이라는 것이다. 제청권은 "대법관 임명에 있어서 사법부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대법관 후보에 대해 일종의 강한 추천권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절차와 권한을 분리해서 봤다. 대법원장이 "그동안 하던 걸 하지 않으면 정치적 비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권한 침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제청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은 제청된 사람을 임명하는 아주 좁은 권한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퇴 압박 수위 높여 #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제청을 "임명 제청권을 가장한 일방적 통보"로 규정했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했고 대통령 임명권을 사후 추인 도장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희대는 사퇴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다만 당 일부에서 나온 탄핵 추진 주장에는 신중한 태도다. 아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보고 기류를 살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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