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젤렌스키에 공식 사과 요구…외교부는 주한 우크라 대사대리 초치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유엔총회에서 공개하고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하자, 청와대가 심야 입장문으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외교부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했다.

원문: 청와대 “젤렌스키 엄청난 외교 결례”…외교부, 주한우크라 대사대리 초치 — 한겨레
개요 #
청와대가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송환한 사실을 우크라이나 쪽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다,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나선 탓이다.
외교부는 같은 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우호국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수위다. 청와대와 정부는 합의를 깨고도 이를 부정하는 우크라이나의 태도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야에 나온 청와대 입장문 #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7일 밤, 청와대는 성기홍 홍보소통수석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우크라이나 정부 쪽의 합의를 위반한 일방적 (포로 송환) 공개와 이에 이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성 수석은 비공개 원칙이 나온 경위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협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쪽이 먼저 보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국 송환 시 다수의 자국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난 여론이 있을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는 게 당시 우크라이나 쪽 설명이었다고 한다.
양국 논의 내용을 이렇게 세세히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사안이 정부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자 청와대가 판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나흘 사이에 벌어진 일 #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9월 23일(현지시각) — 젤렌스키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 9월 24일 — 이 대통령이 "많이 아쉽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 9월 25일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에스엔에스(SNS)에 "비공개 원칙 합의는 없었다"고 올렸다. 이 대통령의 주장을 공개 반박한 셈이다.
- 9월 27일 밤 — 청와대가 심야 입장문으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 9월 28일 — 외교부가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우크라이나 쪽이 비공개를 요청했고, 우리도 포로 송환 문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이를 공개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참모가 우리 대통령을 마치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외교적으로 엄청난 결례를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 변수도 얽혀 있다 #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는 국내 여론전 성격도 섞여 있다. 국민의힘 등은 포로 송환을 비공개한 이유가 북한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꾸 정치적 흑막이 있는 것처럼 국내적으로도 오해가 생기니 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비공개를 먼저 요청한 쪽이 우크라이나였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이 공세를 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당도 같은 날 가세했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하라. 이것이 양국의 우호 관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지금까지 인도적 지원과 1억달러의 경제적 지원에 돌아온 것은 정상 간 합의 파기와 허위사실 공표"라며 "정부는 즉각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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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대사대리 초치 #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안드리 베시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렀다. 항의 내용은 두 갈래다. 비공개 합의가 있었는데도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점, 그리고 이후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고 허위 공보를 냈다는 점이다. 박 차관은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전문가 시각 #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은 정부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계산했을 것으로 봤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미사일, 군수물자 지원 등을 요구해왔는데, (송환을) 계기로 한국을 압박하려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략적 실책"이라고 말했다.
고위 외교관을 지낸 한 외교 소식통은 결이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해명은 받아야 한다면서도, 지원 문제와는 분리하자는 쪽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해서 포로 송환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원 문제와 이번 사안은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만큼, 공은 이제 우크라이나 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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