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루해지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I Think We're Forgetting How to Be Bored)
개발자 James Anderson이 빈틈마다 스마트폰과 즉답으로 채워 온 일상을 돌아보며, 지루함이 사라지면서 함께 잃은 것들을 짚은 에세이입니다.

I Think We're Forgetting How to Be Bored
You know the moment. You're waiting for the kettle, or the elevator, or a page to load, or a friend...
개요 #
주전자 물이 끓기를 기다릴 때,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 늦는 친구를 기다릴 때가 있습니다. 30초에서 길어야 3분쯤 되는, 할 일 없는 틈입니다. 그 틈이 생기면 손은 이미 주머니 속 휴대폰으로 가 있습니다. 꺼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전에요.
Dev.to에 글을 쓰는 James Anderson은 최근 자신이 마지막으로 정말 지루했던 때가 언제인지 떠올려 보려 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몇 년 전일 수도 있다고요. 예전 같으면 지루함을 없앤 걸 성과로 여겼겠지만, 이제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잃었고 그게 빠져나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지루함은 빈 시간이 아니었다 #
필자는 지루함을 오랫동안 '죽은 시간'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버려지는 몇 분이라고요. 하지만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루함은 마음이 목적지 없이 떠돌 수 있는 유일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여도, 그 아래에서는 생각이 엉뚱하게 이어지고 하루 동안 모아 둔 조각들이 조용히 맞춰지고 있었다는 거죠.
좋은 아이디어가 어디서 오는지 떠올려 보면 쉽게 수긍이 갑니다. 책상 앞에서 쥐어짜 낸 것 말고, 옆에서 불쑥 찾아오는 진짜 아이디어 말입니다. 샤워할 때, 팟캐스트 없이 걸을 때, 기차 창밖을 멍하니 볼 때, 잠들기 직전에 옵니다. '샤워하다 떠오른 생각(shower thought)'이라는 말이 흔해진 것도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말합니다. 통찰은 몰입한 시간이 아니라 틈에서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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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틈이 사라졌다 #
필자가 이상하게 여기는 지점은 이 변화를 아무도 고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빈 1분은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없습니다. 출퇴근길, 대기실, 계산대 줄, 광고 시간, 주차장에서 걸어가는 길, 물 끓는 30초가 하나씩 채워졌을 뿐입니다.
채울 거리가 너무 잘 만들어져 있다 보니 손이 가는 것도 자동이 됐습니다. 틈을 채우겠다고 결정하지 않아도, 틈이 생기면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래서 잃었다는 감각조차 없었다고 필자는 설명합니다. 떠올리지 못한 샤워 생각을 아쉬워할 수는 없으니까요. 머릿속 여유 공간은 극적으로 빼앗긴 게 아니라 조금씩 갉아먹혔고, 다 사라진 뒤에는 원래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혔습니다.
새로운 채움: '모르는 상태'까지 사라졌다 #
피드는 그래도 스크롤하고 고르고 반응하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필자가 더 조용하고 깊다고 보는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모르는 상태'가 사라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동안 모르는 채로 있어도 괜찮았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집에 가는 길에 이리저리 굴려 보고, 저녁 먹는 내내 고민하고, 다음 날 아침에도 생각했습니다. 불편했지만 그 시간에 실제로 생각이 진행됐습니다. 필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헷갈려하는 그 과정이 곧 처리 과정이었다(The puzzlement was the processing).
지금은 궁금하면 바로 묻고 바로 답을 얻습니다. 필자도 하루 종일 그렇게 쓰고 있고 정말 훌륭한 도구라고 인정합니다. 다만 질문과 답이 같은 순간에 붙어 버리면서, 그 사이에서 일어나던 생각이 머물 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필자는 예전에 쓴 글과도 연결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직접 붙잡고 씨름하는 과정에 만족감이 있었는데, 그 씨름을 없애자 즐거움도 같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 글과 짝을 이룹니다. 처음엔 씨름하는 수고를 없앴고, 이제는 모르는 불편과 할 일 없는 불편까지 없애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매번 그 불편이 무언가를 떠받치고 있었다(load-bearing)는 사실이 드러난다고요.
우리가 실제로 잃은 세 가지 #
필자는 이 문제를 '집중력 저하' 정도로 정리하면 너무 쉽게 넘어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잃은 것은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람다운 것들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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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만 나오는 아이디어 #
빈 순간이 없으면 샤워 생각도 없습니다. 창의력이 줄어서가 아니라, 창의력이 일하는 데 필요한 방향 없는 시간을 우리가 지워 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력을 굶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지적합니다.
자기 생각과 단둘이 있는 시간 #
지루함은 중간에 아무것도 끼지 않은 자기 생각과 마주하게 만들었습니다. 틈을 전부 채우면 하루 내내 한 번도 자기 자신과 단둘이 있지 않고도 지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를 낯선 종류의 외로움이라고 부릅니다. 늘 무언가가 들어오니 외로울 틈은 없는데, 정작 자기 자신과 함께 있지도 않다는 겁니다.
불편함을 견디는 힘 #
빈 3초에 휴대폰으로 손이 가는 건, 정해진 것 없는 불편한 순간을 견디는 능력이 줄었다는 뜻이라고 필자는 봅니다. 이 능력은 인내심, 깊은 집중, 어려운 문제를 풀릴 때까지 붙들고 있는 힘을 조용히 받쳐 주고 있었습니다. 30초의 공백도 못 견디면 딥 워크도 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말입니다.
해법은 없다고 말하는 이유 #
이런 글은 보통 "디지털 디톡스를 하자"며 5단계 계획으로 끝나곤 합니다. 필자는 그러지 않겠다고 선을 긋습니다. 자신도 믿지 않고, 읽는 사람도 그 공허함을 느낄 거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상황은 그보다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틈은 이미 채워졌고, 도구는 존재하며, 실제로 쓸모도 있습니다. "일부러 지루해지기"도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탭 한 번이면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지루함은 진짜 지루함이 아니라 의지력 시험이고, 그건 더 피곤한 일이라고 필자는 말합니다.
그렇다고 전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채워진 출퇴근길, 즉각적인 답, 지루하지 않은 대기실은 분명한 편리함이고, 필자도 이를 돌려줄 생각은 없다고 밝힙니다. 이 글이 더 나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글은 아니라는 겁니다. 필자의 정리는 이렇습니다. 필요한 줄도 몰랐던 것을 눈에 띄게 편리한 것과 바꿨고, 이제는 깔끔하게 되돌릴 수도 없다. 지루함이 무엇을 위해 있었는지 한 번도 묻지 않고 없애 버렸다.
주전자 앞에서 시작하기 #
필자가 내놓는 제안은 일부러 작게 잡았습니다. 다음에 물이 끓기를 기다릴 때 휴대폰에 손을 뻗지 말고, 빈 30초 동안 그냥 서서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라는 겁니다. 무언가를 깜빡한 것처럼 근질거리고 불편할 텐데, 필자는 바로 그 불편함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몇 년 동안 쓰지 않은 근육이 경련하는 거라고요.
필자는 지루함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내쫓았다고 표현합니다. 조용하고 편리하게, 한 순간씩요. 그리고 방이 드물게 조용해진 지금에서야 지루함이 내내 무언가의 값을 치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고 합니다. 떠도는 생각, 이어지는 생각, 그냥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 말입니다.
필자는 되찾는 방법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일부러, 서툴더라도 다시 지루해져 보고 싶다고 합니다. 주전자 앞에서부터요.
글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끝납니다. 휴대폰도 화면도 AI도 없이, 채우지 않은 빈 순간을 마지막으로 보낸 게 언제였는가. 그리고 아직 틈이 남아 있던 시절에는 그 틈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