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거제 600㎜ 극한 폭우…아파트 1층 덮친 산사태에 1명 사망 — 동아일보
개요 #
17일 경남 거제에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하루 강수량이 600㎜를 넘어섰다.
새벽 산비탈이 무너지며 옥포동 삼도로얄아파트 1층을 토사가 덮쳤다. 이 사고로 2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도심은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로 잠겼고, 거제의 주력 산업인 조선소도 조업을 멈췄다.
새벽 4시 20분, 산비탈이 무너졌다 #
삼도로얄아파트 104동 8층 주민은 새벽에 집이 흔들려 잠에서 깼다. "지진이 난 것처럼 침대까지 휘청였다"고 했다. 창밖을 보고서야 산비탈이 무너진 걸 알았다.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었다.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 보니 1층 일부 가구는 천장까지 토사가 들어차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119에 신고했지만 그 집에 살던 20대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끝내 숨졌다. 옆집 어린이는 주민과 소방대원이 토사와 잔해를 걷어낸 뒤 창문으로 빼냈고, 어머니도 뒤이어 구조됐다.
같은 아파트 주민 최경순 씨(62)는 오전 4시 20분쯤 '우르르' 하고 돌 쏟아지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사와 나무가 건물로 밀려들었다.
날이 밝자 아파트 뒤편 산비탈은 흙이 크게 쓸려 내려가 황토색 속살을 드러냈다. 녹색 낙석방지망과 철제 구조물은 휘어진 채 주저앉았고, 토사와 부러진 나무는 주차장까지 밀려들어 차량 여러 대를 덮쳤다. 주민들은 추가 산사태가 걱정돼 인근 학교로 몸을 피했다.
도심이 물길로 변했다 #
밤사이 거제 도심은 거대한 물길이 됐다. 장평동에서는 하수구에서 역류한 흙탕물이 건물 2층 높이까지 치솟았다. 급류에 떠밀린 차들이 뒤엉켰고, 아스팔트가 뜯겨 도로가 무너진 곳도 있었다.
Photo by 정규송 Nui MALAMA on Pexels
고현천 홍수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가자 전 시민 대피와 저수지 월류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잇따랐다. 침수 지역에는 소방차 진입조차 어렵다는 안내까지 나왔다. 둔덕천, 고현천, 수월천이 범람하면서 시외버스는 물론 시내버스 운행도 한때 멈췄다. 장승포·고현·연초에서는 1656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고현종합시장은 도로와 시장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물이 차올랐다. 옷과 신발, 채소가 모두 물에 잠겼다. 윤기홍 상인회장은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토사가 섞인 물살이 밀려와 휩쓸릴까 겁이 났다"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300개 남짓한 점포 중 3분의 1가량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통영 섬마을과 부산까지 #
통영에서는 섬마을 주택까지 산사태가 덮쳤다. 오전 5시 5분경 산양읍 곤리도에서 60대 여성이 토사에 고립됐다는 옆집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구조대는 해양경찰 배를 타고 오전 6시 18분 섬에 들어가 진흙과 토사를 헤친 끝에 오전 7시 26분 여성을 구조했다. 발목 골절과 다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요금소 인근에도 토사가 쏟아져 오후 4시 대전 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부산에서도 이날 오전 9시까지 주택 침수와 가로수 전도, 도로 침하 등으로 소방 출동이 50건 이어졌다. 부산 가덕도에는 15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476.5㎜의 비가 내렸다.
조선소도 학교도 멈췄다 #
경남도 집계로 17일 오후 4시 기준 거제에서 91명, 통영에서 41명 등 모두 132명이 구조됐다. 도로 12곳, 하천 21곳, 산사태 24곳, 주택 58곳에서 피해가 났다. 거제·통영·사천에서 225가구 365명이 대피했고, 이 가운데 139가구 240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개학을 앞둔 학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거제 33곳, 통영 8곳 등 교육시설 41곳이 피해를 입었다. 거제 장평초는 본관과 유치원, 운동장, 급식소가 침수됐고 둔덕중과 거제제일고는 18일 휴업을 확정했다.
거제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오션은 이날 전사방재종합상황실을 통해 "집중호우로 인한 거제 관내 도로 통제 중으로 출근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한화오션 조선소가 있는 옥포국가산업단지 인근 도로가 침수돼 통행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도 사업장 주변 도로가 막히면서 공휴일 특근 근로자들에게 출근 대기를 통보했다. 배를 만드는 '독(dock)' 일부가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응 #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거제 등 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 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000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소방 당국은 거제·통영 일대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리고 인명 구조와 함께 배수, 토사 제거 작업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해안 폭우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지방정부는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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