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여성복 입고 택시서 여성 목소리 흉내···살인 행적 은폐하려 ‘기괴한 위장’? — 경향신문
개요 #
경북 경산에서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피해자 B씨(25) 행세를 하며 수사를 흐트러뜨리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여성복을 입고 집을 나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녔고, 동대구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는 여자 목소리를 냈다.
B씨의 실종 신고를 한 사람도 A씨였다. 그는 스스로를 B씨의 남자친구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다니던 대학원의 외부 강사였고, B씨는 그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이었다.
경찰은 B씨의 시신 일부가 훼손된 채 버려진 정황을 확인하고 경산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20일 새벽,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간 원룸 #
26일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전 2시쯤 B씨와 함께 경산시 하양읍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CCTV에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서는 장면이 남았다. 이 영상에서 A씨가 B씨를 강제로 끌고 가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쯤, A씨는 여성복 차림에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혼자 원룸을 빠져나왔다. 손에는 B씨의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이 장면 역시 CCTV에 그대로 찍혔다.
A씨는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뒤 B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그리고 역 인근 화장실에서 남성복으로 갈아입고 자정 무렵 집으로 돌아갔다.
택시 기사의 진술, "승객 목소리는 여성이었다" #
이튿날인 21일 오후 7시 5분쯤 A씨는 경찰에 B씨의 실종을 신고했다. 자신을 B씨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면서 "B씨가 우리 집에 왔다가 대구로 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B씨로 보이는 인물이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사실을 파악했다. 차량 정보를 조회해 택시 기사를 불러 조사했더니, 기사는 "승객의 목소리가 여성이었다"고 진술했다. A씨가 택시 안에서 여자 목소리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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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자 명단에 없었다 — 수사의 전환점 #
수사 흐름이 바뀐 건 23일이었다. 원래 B씨가 한국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경찰이 출국자 명단을 확인했지만 B씨의 이름은 없었다.
경찰은 CCTV를 전수 분석했고, 동대구역으로 향한 인물이 B씨가 아니라 A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황증거를 모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25일 오후 7시 29분쯤 하양읍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의 주거지에서 실종 상태였던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시신 일부가 훼손돼 버려진 정황을 확인하고, 경산 일대 쓰레기 소각장 등 유기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수색 중이다.
강사와 수강생 #
A씨는 B씨가 다니던 대학원에서 외부 강사로 일했다. 지난 1학기에 재활치료학과 신경해부학 등 2개 과목을 맡았고, B씨도 그 강의를 수강했다. A씨는 경북 영천의 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미 중국에서 취업한 상태였다. 대학원 수료 증서를 받으려고 지난 14일 한국에 다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B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피해자의 행적을 꾸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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