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오만 "호르무즈 통행료 없다", 이란 "인정 못해"…다시 긴장 고조 — 한겨레
개요 #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신경전이 다시 달아올랐다. 연안국 오만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게 통행료를 받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오만과 국제해사기구(IMO)가 새로 마련한 임시 항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란이 지정한 항로만 쓰라고 경고했다.
경고가 나오고 몇 시간 뒤 오만 쪽 항로를 지나던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국 당국자들은 혁명수비대의 소행으로 봤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누가 쥐느냐를 놓고, 갈등이 다시 위험 수위로 올라서는 모양새다.
오만의 선 긋기, "통행료는 없다" #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각)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한 향후 조치에 통행료 부과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자리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함께했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해협의 항행 자유와 안전한 선박 운항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안국인 오만이 국제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해상 항행 안전을 떠받칠 특별한 책임을 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은 이란의 구상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보안·환경 관련 서비스를 대주는 대가로 선박에 비용을 물릴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놨다. 관련국들이 연간 약 400억달러(약 61조7000억원)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추산까지 곁들였다. 튀르키예가 다르다넬스해협 통과 선박에서 등대·구조·위생 서비스 비용을 받는 방식을 본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루비오 장관도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쐐기를 박았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국제수로 이용에 비용을 매길 권리가 없다"며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걸프협력회의가 회의 뒤 낸 공동성명도 호르무즈해협에서 자유롭고 제한 없는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며 "통행료와 수수료, 해협 통제권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임시 무료 항로, 그리고 이란의 반발 #
오만은 앞서 국제해사기구와 머리를 맞대고 무산담반도 연안을 따라가는 임시 무료 항로를 마련해뒀다. 기존 국제 항로에 깔린 기뢰가 다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선박과 선원을 안전하게 빼내기 위한 조처였다. 이날도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스토익 워리어'를 비롯한 여러 선박이 오만 쪽 항로로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발끈했다. "이란과 사전 통보나 조율 없이 새 항로가 발표됐다"며 "이란이 지정한 항로만이 유일하게 허가된 항로"라고 주장했다. 승인받지 않은 항로를 쓰는 건 "매우 위험하고 금지돼 있다"며, 어기는 선박은 "상응하는 조처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정한 항로는 오만 쪽 항로와 달리 이란 해안 가까이에 그어져 있다.
이란이 세운 페르시아만해협관리청(PGSA)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압박을 더했다. 이란이 정한 항로를 벗어난 선박에는 안전 통항 보장이나 보험·책임 보장이 적용되지 않으며, 비인가 항로 운항으로 빚어지는 모든 결과는 선주와 운항사, 선장이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고 몇 시간 뒤, 화물선 피격 #
말이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이란의 경고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오만 해안 인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에버 러블리'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선박이 발사체에 맞아 조타실이 부서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혁명수비대가 일방향 자폭 드론을 쏴 에버 러블리를 노렸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드론이 선박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접근한 뒤 충돌했다"며 "우발적 피격이 아니라 선박을 겨냥한 공격으로 볼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공격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에버 러블리는 이라크 움카스르항에서 화물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이었다. 다른 선박 3척과 함께 오만 해안에 가까운 국제해사기구 지정 항로를 탔다. 인근 선박 선원들은 이란 해군이 무선으로 경고하거나 회항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대피 프로그램 중단, 그래도 열어둔 대화 #
피격 사건이 터지자 유엔 국제해사기구는 호르무즈해협 선박·선원 대피 프로그램을 일단 멈춰 세웠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대피 목록에 오른 선박과 이 지역 모든 선박에 필요한 안전 보장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확인하기 위한 임시 중단"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격된 선박은 대피 프로그램에 포함된 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긴장 한가운데서도 대화의 끈은 남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알부사이디 장관과 통화한 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해협의 향후 관리와 해상 서비스를 규정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주변국들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통행료를 둘러싼 입장 차가 또렷한 가운데, 협상 테이블만큼은 닫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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