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이에선 인스타 극우 계정이 '전한길급' 인지도
한겨레가 14세에서 18세 청소년 604명을 설문했습니다. 10대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극우 성향 인스타그램 계정 '릴도지'를 알고 있었고, 이 인지도는 전한길 계정과 비슷했습니다. 극우 계정을 많이 아는 10대일수록 비상계엄을 정당하다고 보는 비율도 높았습니다.

원문: 10대 사이에선 인스타 극우 계정이 '전한길급' 인지도 — 한겨레
개요 #
10대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극우 성향 인스타그램 계정 '릴도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유명 한국사 강사였던 전한길 계정의 인지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이 9월 4일부터 11일까지 14세에서 18세 청소년 604명을 온라인으로 설문해 얻은 결과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갈린 변수는 성별이었습니다. 그리고 극우 성향 계정을 많이 아는 10대일수록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했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본문 #
메신저이자 뉴스 창구가 된 인스타그램 #
10대에게 인스타그램은 거의 모든 일을 하는 앱입니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영상을 보고, 뉴스나 사회 문제, 역사 정보도 여기서 얻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1, 2년 사이 이 공간에 극우적 세계관이 스며들었다고 짚었습니다. 혐오·조롱 콘텐츠와 가짜뉴스가 늘었는데, 유머와 밈,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이 더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독일과 미국에서는 인스타그램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극우로 끌어들이는 '관문' 노릇을 한 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릴도지'는 주황색 복면을 쓴 프로필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극우 성향의 유머 밈과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계정입니다. 게시물 대부분이 여성, 장애인, 전라도, 중국, 북한, 더불어민주당을 조롱합니다.
중학교 3학년 박민재(가명)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 계정을 처음 봤습니다. 요즘은 내용이 거북해서 잘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알고리즘은 계속 비슷한 게시물을 띄웠습니다. '전라도는 대한민국 맞아?', '배인규 전 신남성연대 대표의 야차룰'처럼 갈수록 자극적인 릴스였습니다. 민재는 밤 10시 학원에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잠듭니다.
다른 학생들도 들어온 길이 비슷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최현우(가명)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대통령 목소리 랩이 웃겨서" 릴도지를 팔로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진호(가명)는 "릴도지나 MC무현 같은 계정은 노래를 만들어 올리기 때문에 케이팝 영상을 보다 보면 자동 추천으로 뜬다"고 말했습니다. MC무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계정입니다.
혐오 문제를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예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야 볼 수 있던 '일베 문화'가 이제는 인스타그램 추천 피드에서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세월호 피해자들 앞에서 대놓고 '폭식'을 하던 일베 문화보다 강도는 낮아졌지만 노출도는 훨씬 높아지고 저변이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계정 인지도: 남성은 다섯에 하나, 여성은 그 절반 #
디스토리팀은 응답자에게 인스타그램 계정 10개를 보여주고 평소 보거나 아는 계정을 모두 고르게 했습니다. 10대 남성 응답자 302명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 계정 | 성격 | 인지도 |
|---|---|---|
| 전한길 | 전 한국사 강사 | 26.2% |
| 릴도지 | 극우 성향 밈·뮤직비디오 | 20.9% |
| 한국의 목소리 | 극우 유튜브 채널 | 14.2% |
| 자유대학 | 극우 대학생 단체 | 11.3% |
| 힢헙 | 카드뉴스 형식 극우 게시물 | 10.9% |
10대 여성은 같은 계정들을 보거나 안다는 응답이 3.6%에서 7.3% 사이로, 또래 남성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극우'를 가늠한 세 가지 기준 #
그렇다면 10대가 실제로 극우화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극우'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학계에서도 논쟁거리입니다. 한겨레는 논문과 전문가 자문을 참고해 기준을 세 가지로 잡았습니다.
- 민주주의 원리를 반대하거나 부정한다.
- 강력한 지도자의 통치를 선호하는 등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 중국, 북한, 성소수자, 장애인 등 특정 집단을 강하게 혐오한다.
이 기준을 가늠할 문장 8개를 제시하고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습니다.
'중국인 대상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문장에는 10대 남성의 42.4%가 동의(그렇다+매우 그렇다)했습니다. 유럽 극우가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한국 극우는 주로 중국(인)을 공격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10대들도 외부 집단에 강한 배타심을 드러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이주한(가명)은 중국인이 위험한 이유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본 "무비자 입국"을 들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김가연(가명)은 "릴스를 보면 일본에서 사슴을 발로 차고 이런 건 다 중국인이더라", "제주도에서 중국인 때문에 어떤 분이 죽었다는 게시물을 봤다"고 했습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진보 언론 등을 중국·북한과 연결하는 파시즘적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며 "이를 접하는 온·오프라인 공간이 일부에겐 극우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계급도' 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피라미드 맨 위에 중국공산당이 있고, 그 아래로 민주당, 전라도, 4050, 2030이 차례로 짓눌리며, 맨 밑에서 10대가 피라미드를 떠받치는 그림입니다.
다른 문항에 대한 10대 남성의 동의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우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필요할 수 있다': 21.5%
- '나와 의견이 같은 단체라면 가끔 폭력을 써도 응원할 것이다': 15.6%
중국 혐오까지 세 문장 모두에 동의한 남성 응답자는 8%였습니다. 한겨레는 이 수치만으로 10대 남성이 집단적으로 극우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가장 뚜렷한 변수는 성별 #
10대 여성은 극우 계정을 아는 비율도 낮았고, 가치관 문항 동의율도 남성의 절반 안팎이었습니다. 중국 혐오 24.5%, 민주주의 원리 부정 13.2%, 정치적 폭력 용인 7%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 젊은 남성일수록 극우 성향이 높게 나온 흐름과 비슷합니다.
극우 정치를 연구하는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는 "회귀분석 결과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피해자 의식이 극우 성향을 결정짓는 강력한 변수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받고 있다'는 문항에 10대 남성은 37.4%가 동의했고, 여성은 9.6%에 그쳤습니다. 중학교 3학년 한정혁(가명)은 "군대에서 보내는 2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며 남성이 차별받는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극우 계정을 많이 알수록 "계엄은 정당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했다'는 문항에는 10대 남성의 22.5%가 동의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 한국갤럽이 성인 1002명에게 물었을 때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 23%와 비슷합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계정 인지도와의 관계입니다. 설문에 제시된 극우 성향 계정을 몇 개나 아는지에 따라 '정당한 계엄'에 동의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올라갔습니다.
| 아는 극우 성향 계정 수 | 응답자 수 | '계엄 정당' 동의율 |
|---|---|---|
| 전혀 모름 | 364명 | 11.8% |
| 1, 2개 | 194명 | 24.2% |
| 3, 4개 | 25명 | 36% |
| 5개 이상 | 21명 | 52.4% |
계정을 3개 이상 아는 응답자가 46명뿐이라 표본이 작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한겨레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계정을 많이 아는 10대 남성이 원래 극우적인 집단일 수도 있고, 극우 성향이 강한 남성일수록 관련 계정을 적극적으로 찾아봤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선경 교수는 "극우 콘텐츠를 소비하고 극우 가치관을 가진 10대 남성 집단은 규모는 작지만 확신층"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10대 청소년의 이름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모두 가명으로 썼습니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