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참 요상한 일"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국민의힘이 더 선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선거 이후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왜 당 대표가 사퇴해야 하느냐는 취지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또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만 선별적으로 인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중 일부를 올리면서 "장동혁이 정신 승리? 그들의 정신 패배"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면서, 당 지지율이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당 일각에서 당대표 사퇴 주장이 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국민만 보고 갈 때"라고 했다.
선별 인용 논란의 구체적 내용 #
장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어느 당이 더 선전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2%가 국민의힘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35.7%로, 양당 간 격차는 4.5%포인트(p)였다. '누가 더 선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응답은 20.5%였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장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인 51.7%를 기록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35.4%, '잘 모름'은 12.9%였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물러나야 한다'가 44.7%,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44.4%로 집계됐다. 중도층에선 '물러나야 한다' 54.3% 대 '물러날 필요가 없다' 31.8%였다.
장 대표는 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더 선전했다'는 응답만을 놓고 자신을 향한 사퇴 주장을 반박했는데, 장 대표 논리대로라면 같은 조사에서 나온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만 가지고도 장 대표 사퇴를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 #
장 대표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전했다"고 지목한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41.6%를 기록해 오차범위(±2.2%p) 내에서 민주당(40.4%)을 앞섰다. 장 대표는 이를 "당 지지율 골든크로스"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 평가를 놓고 '민주당의 승리'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43.1%, '국민의힘 등 야당의 승리'는 37.7%였다. 5.4%p의 격차였다. 아울러 이 조사에서 장동혁 대표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매우 책임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48.7%로 개별 응답 가운데 가장 많았다. '어느 정도 책임 있다'가 20.6%였고, '별로 책임 없다'는 11.6%, '전혀 책임 없다'는 11.9%였다. 선거 공천, 전략을 지휘했던 장 대표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총 69.3%였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8~9일 전국 10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3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3%가 국민의힘이라고 답해 민주당(34.3%)보다 많았다. 반면 '6·3 지방선거의 최대 패자'를 묻는 질문에는 장동혁 대표가 30.3%로 1위를 기록했다. 장 대표는 정청래(25.6%) 민주당 대표, 조국(11.8%) 조국혁신당 전 대표, 이준석(4.4%) 개혁신당 대표 등을 모두 제쳤다.
과거에도 있었던 선별적 인용 논란 #
앞서 장동혁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를 선별적으로 인용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장 대표는 작년 12월 비공개 당 회의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특정 회사 여론조사만 말한다"면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 2월 비공개 의원총회 때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안고 가야 한다'는 답변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70%가 넘는다는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의원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만 유독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6·3 선거 결과 #
국민의힘은 6·3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6곳 중 4곳을 이겼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227곳 중 95곳을 얻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 가운데 확보한 곳은 4곳이다. 각각 광역단체장 12곳, 기초단체장 119곳, 재·보궐선거 9곳을 민주당에 내준 것이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12 대 4는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참패다. 서울에서의 승리는 분명한 반(反)장동혁의 승리"라면서 "선거 뒤 오른 국민의힘 지지율은 보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기대치"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여기에 장 대표가 설 자리는 없다. 자신의 공이라 착각하지 마시라"면서 "지금 장 대표가 할 일은 민심 이반의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조건 없이 물러나는 것뿐"이라고 했다.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