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이재명 정부 내 보수·통합 인사들이 본 1년 "선거 결과 쓴 약이 되길…더욱 더 통합, 포용으로" — 경향신문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주의와 국민통합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보수 진영 인사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잇달아 발탁했다. 지난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포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보수·통합 인사 4명을 초청해 '보수의 시선으로 본 이재명 정부 1년과 나아가야 할 국민통합'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는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 대선캠프 정책총괄을 맡았던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국민의힘 의원·개혁신당 대표를 지낸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이다.
합류 배경: "양쪽에서 욕먹을 각오로 왔다" #
이들이 합류를 결심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경선 때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 캠프 정책총괄로 활동했다. 대선캠프 합류 발표 후 민주당 일부의 문제 제기로 합류를 보류하려 했으나, 이 후보가 직접 전화해 "나는 경제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며 설득했다. "밖에서 소리만 질러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월담했으니 양쪽에서 욕 얻어먹는 게 당연하다지만, 마지막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으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허은아 비서관은 국민의힘에서 개혁신당으로 옮긴 뒤 이 대통령이 "정치판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냐. 함께 바꿔보자"고 제안한 말에 설득됐다. "이 대통령 스스로 '나는 중도보수'라고 말했는데 1년간 지켜보니 진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오을 장관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고향에서 홀대받는다는 인간적인 접근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합류 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 출마 여부 확인, 사법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
송미령 장관은 취임 당일인 6월 5일 첫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40여 분간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대통령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 아젠다에 대해 토론을 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이 대통령의 강점은 경청과 소통이었다. 권 장관은 "이 대통령은 이견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서 소통하고 학습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통합·협치 사례: "나랑 생각이 같은 사람만 찾으면 나 하나만 남는다" #
송미령 장관은 양곡관리법 논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 법안의 부작용을 설명하고 전략작물 재배 인센티브 대안을 제시했더니 이 대통령이 토론 끝에 이를 수용했다. "국민이 기준이라면 치열한 토론을 통해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고 댓글 중 괜찮은 제안이 있으면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장관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나랑 생각이 똑같은 사람만 찾으면 나 하나만 남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은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들을 만나보라'고 지시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을 '다양한 시각의 청년들(다시청)'로 이름 붙이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청년 280여명을 만났다. "국민통합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테이블에 모여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탈원전 정책 전환, 지방 산업기반 마련, 배임죄 폐지 방향 등을 실용적이고 보수적인 정책 전환 사례로 평가했다.
아쉬운 점: "통합 의지 분명하지만 제도화 필요" #
이병태 부위원장은 "대통령 본인의 통합 의지는 분명하다. 다만 지속가능하려면 제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비공개,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춰 조정하는 법안, 방송·통신 장악 구조 개혁 등을 제도개혁안으로 제시했다.
권오을 장관은 당정 관계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당정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으면서도 중간에 틈이 많다.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 체화된 분이고, 당 지도부는 학생운동을 통해 적과 동지를 갈라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기본적인 성장 배경이 다르다."
6·3 지방선거 평가: "교만 때문에 졌다" #
권오을 장관은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 쓴 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대승했다면 오히려 2년 뒤 총선과 4년 뒤 대선이 위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허은아 비서관은 "국민이 위대하고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교만 때문에 졌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지역·세대 양극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했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선거 결과가 국가 전체로는 긍정적이다. 국민이 권력 과잉을 우려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절차적 공정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송미령 장관은 "국민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을 경계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과를 신발 끈 매고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와 개인 목표 #
송미령 장관은 농축산물 수급 조절, 농어촌 기본소득 제도화, K-푸드 수출 확대를 3대 과제로 제시하며 "집권 2년 차에는 대체 불가능한 K-농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권오을 장관은 보훈 사각지대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참전 유공자 배우자의 보훈병원 이용 및 의료비 혜택 확대, 민주화유공자법 제정, 이한열 열사 유공자 지정 등을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허은아 비서관은 '존중받는 대한국민'을 국민통합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공정한 룰과 예측가능한 절차를 통한 공존, 성장 사다리 마련을 통한 포용, 긍정적 연대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병태 부위원장은 규제합리화위원회를 통한 정부 시행령의 과도한 규제 심사 역할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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