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단독] 훈련 사실 모르고… 美드론 격추할 뻔한 軍 — 조선일보
개요 #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 정찰 무인기를 우리 군이 적기로 오인해 격추 직전까지 갔던 일이 30일 벌어졌다. 미군은 훈련 계획과 무인기 운용 사실을 우리 군에 미리 알렸지만, 실무선에서 보고가 누락되면서 상부까지 전파되지 않았다. 실제 사격은 없었으나, 동맹국 무인기를 눈앞에 두고 대공작전을 발령한 상황 자체가 군 기강과 한미 소통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
30일 오후, 경기 파주의 육군 1군단에 비상이 걸렸다. 군사분계선(MDL)에서 약 3㎞ 남쪽 최전방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를 감시하던 열상감시장비(TOD)와 국지방공레이더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적이 잡혔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이북에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나자, 1군단은 지상작전사령부 승인을 받아 대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이후 헬기를 급파해 수색에 나섰고, 차륜형 대공포 천호(K-30W)를 비롯한 방공 자산을 동원해 요격 준비까지 마쳤다. 그런데 포착된 항적과 형체가 통상적인 북한 무인기와 달랐다. 결국 군은 약 1시간 30분 동안 TOD로 이 무인기를 추적하는 데 그쳤고, 실제 요격 절차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체는 오후 3시 30분쯤 밝혀졌다. 합참은 기자단에 "확인 결과 훈련 중인 미국 측 무인기로 밝혀졌다"고 알렸다. 육군 1군단을 긴장시킨 그 비행체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KMEP에 참가 중이던 미 해병대 소속 정찰 무인기였다.
미군이 띄운 '스토커' #
문제의 무인기는 록히드마틴이 만든 '스토커' 계열 정찰기였다. 미 해병대는 저고도에서 감시정찰을 하며 화기 명중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에 이 무인기를 동원한다. 한미 양국 해병대는 이날 각각 무인기를 띄워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했는지 점검하는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KMEP는 두 나라 해병대가 매년 20~30회가량 반복하는 익숙한 훈련이다.
이 무인기는 군사분계선에서 가장 가까운 사격장인 경기 파주 임진강변 '스토리 사격장'에서 출격했다. 비행 고도는 700피트 안팎으로, 우리 군 기준상 사전에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 사용을 통보해야 하는 높이였다. 스토리 사격장에는 이날 연합훈련에 참가한 중대 규모의 우리 해병대 병력도 함께 있었다.
통보는 있었는데 보고가 없었다 #
미군은 훈련 계획을 우리 군 실무자에게 알렸고, 훈련이 임박해서는 무인기 관련 공문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군 실무선에서 보고가 빠지면서 전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이 우리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한 채 무인기를 띄운 데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미 해병대가 현재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강원도 철원 일대 이장들에게 '철원 지역에 무인기가 식별돼 인근 대피호나 통제소 밖으로 긴급히 이동하라'는 문자가 발송됐다. 정작 이 무인기는 철원에서 비행하지 않았고,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는 우리 군도 파악 중이다.
한 군 소식통은 "무인기가 처음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판단이 부정확해 혼란이 컸던 것으로 안다"며 "미군 무인기를 오인 사격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실제 북한 신형 무인기 침투 상황이었다면 눈 뜬 채로 당했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 #
비슷한 통보·보고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주한미군의 서해상 대규모 공중 훈련 중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전 통보 없이 훈련이 진행됐다며 미국 측에 항의했다. 이에 주한미군은 "한국 측에 훈련 통보가 이뤄졌다"고 반박하면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제때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실무선에 알렸지만 장관 선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스토리 사격장에 우리 해병대 병력이 함께 있었던 만큼, 육군과 해병대 사이의 소통 부재까지 겹쳤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한미 간 공역관리, 비행계획 공유, 지휘통제, 상황 전파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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