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투표지 축소 인쇄 보고 못받았다”던 노태악, 뒤늦게 말바꿔 — 동아일보
개요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열흘간 들여다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원회가 19일 최종 브리핑을 내놨다. 조현욱 위원장은 "선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상황이 드러났다"며 "선관위의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하며 책임의 무게추를 수뇌부 쪽으로 분명히 옮겼다. 노 전 위원장은 진상규명위에 "축소 인쇄 지침을 사전에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했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허수아비' 위원장이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기준마저 어긴 송파구 선관위 #
투표용지 부족이 가장 심각했던 곳은 서울 송파구였다. 진상규명위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 선관위는 서면 의결로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예상 선거인 수의 50%로 정했다. 그런데 정작 일련번호를 매겨 실제로 찍어낸 용지는 28만800장. 예상 선거인 56만4438명의 49.7%에 그쳤다. 스스로 절반으로 줄여 잡은 기준조차 지키지 못한 셈이다.
본투표 당일 현장은 이미 오전부터 용지 부족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위기에 대응할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중앙선관위가 오후 5시 8분경 서울시 선관위에 전화할 때까지 (서울시 선관위가 먼저)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고체계가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노 전 위원장의 해명도 오락가락했다. 인쇄 기준 축소를 사전에 보고받았느냐는 서면 질의에 처음에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답했다가, 추가 회신에서는 "보고안건 중에 있었으나 별다른 논의나 대면 보고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진상규명위는 이번 사태를 두고 "헌법상 권리인 국민 참정권을 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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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방지책과 재선거 판단 #
진상규명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몇 가지를 제안했다.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을 상근제로 바꾸고,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 선관위를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도 지금보다 높여 '70% 이상'으로 다시 올릴 것을 권고했다. 최근 사전투표율이 30%를 넘나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최종 투표율 100%까지 버틸 수 있도록 인쇄량을 넉넉히 잡으라는 취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이 주장해 온 재선거는 권고 사항에서 빠졌다. 조 위원장은 "선거 소청 등 법적 절차를 거쳐 법원 판단이 내려진 다음에 재선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비상근인데 4년간 1억7910만 원 #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수당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비상근인 노 전 위원장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1억7910만 원을 받았다.
이 중 가장 큰 몫은 출근 여부와 무관하게 매달 290만 원씩 나간 '공명선거추진활동비'였다. 4년간 9710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노 전 위원장이 취임한 2022년에는 이 수당을 줄 법적 근거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같은 해 11월 감사원이 "법을 위반해 월정액 등으로 공명선거추진활동비를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적하자, 중앙선관위는 2023년 1월부터 지급을 멈췄다. 그러다 2024년 1월 국회가 선관위법을 고친 뒤 다시 지급을 재개했다.
수당을 둘러싼 '셀프 인상' 정황도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2023년 1월 위원회 의결로 규칙을 개정해 안건검토수당을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세 배 올렸다. 공명선거추진활동비가 사라져 수당이 줄자 그 공백을 메운 모양새다. 노 전 위원장은 2023년 6월 한 달에만 안건검토수당으로 51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 수당은 공명선거추진활동비 지급이 재개된 2024년 1월부터 다시 10만 원으로 돌아갔다.
중앙선관위는 2022년 공명선거추진활동비가 법적 근거 없이 지급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안건검토수당은 규정에 따라 지급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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