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30대 래퍼 출신 네팔 총리, 정치적 시험대···강진 덮친 베네수·콜롬비아의 엇갈린 초기 대응 — 경향신문
개요 #
네팔 중북부를 덮친 홍수가 취임 5개월 차 총리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정면으로 묻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등에서 홍수가 발생했고, 네팔 당국은 1만3000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나섰다. 문제는 접근이다. 홍수가 지역 교통망과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면서 피해 지역까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재난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은 발렌드라 샤 총리다. 래퍼로 이름을 알린 뒤 카트만두 시장을 거쳐 올해 3월 총리에 오른 30대 정치인이다. 개혁 드라이브와 각종 논란을 동시에 몰고 다녔던 그가, 이번에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걸린 재난 현장에서 평가받게 됐다.
힙합 무대에서 총리실까지 #
샤 총리는 네팔과 인도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를 알린 건 학위가 아니라 마이크였다. 미국 유명 래퍼들의 영향을 받아 네팔 언더그라운드 힙합 무대에서 래퍼 겸 작사가로 활동했고, 노래에는 부패와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노래로 쏟아낸 변화 요구는 결국 정치 참여로 이어졌다.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큰 표 차로 당선됐고, 재임 기간 폐기물 관리와 의료서비스 개선, 부패 방지 같은 도시 행정 개혁을 밀어붙이며 존재감을 키웠다.
Photo by Xuân Thống Trần on Pexels
정치적 입지가 결정적으로 넓어진 건 지난해 9월 반정부 시위 때였다. 샤가 직접 작사하고 부른 '네팔 하세코(웃는 네팔)'가 시위 현장에서 널리 불리면서, 그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지난 1월 RSP에 입당해 중앙 정치에 뛰어들었고, 총선을 거쳐 3월 총리 자리에 앉았다.
개혁인가, 절차 무시인가 #
현지 온라인 매체 네팔뉴스가 전한 샤 정부의 추진 목록은 길다. 반부패 수사 강화, 공무원 조직 개편, 정치권 영향력이 강했던 공무원 노조 해체, 1200여개 정치적 임명직 정리, 정부 부처 축소, 디지털 행정과 자산 조사 확대까지.
정부는 과감한 행정개혁이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상당수 조치가 국회 입법이 아니라 행정명령으로 밀어붙여졌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직 총리 KP 샤르마 올리 등 전·현직 유력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한 대목도 논란을 키웠다. 정부는 반부패와 법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피의자가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정식 기소가 지연되면서 적법절차를 무시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총리의 비선에 가까운 참모진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 바그마티강 인근 무허가 정착촌을 철거하면서 충분한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인권 비판,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전자여권 조달과 전기차 세제 개편을 둘러싼 잡음까지 이어졌다.
디플로맷은 샤 총리가 취임 후에도 심야 SNS 게시물과 파격적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정치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런 행동이 논란이 된 행정명령, 무토지 주민 문제, 예산 논란 같은 핵심 국정 현안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전략이라고 본다. 총리의 가벼운 SNS 발언과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강경 조치가 총리직의 권위와 행정 절차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재난 현장에서 받는 첫 평가 #
샤 총리는 27일 페이스북에 홍수 피해를 입은 바그마티주 누와코트를 찾아 홍수 및 산사태 피해 지역 상황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실종자 수색과 긴급 구호에 "최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며 "상황은 여전히 매우 어렵지만 국가의 모든 대응 체계가 최대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과 논란을 둘러싼 평가와는 별개로, 지금 당장의 과제는 명확하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재난에서 정부의 구조·구호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돌릴 수 있느냐다.
중남미의 두 사례 —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
정권 출범 초기에 대형 자연재해를 맞은 지도자는 샤 총리만이 아니다. 최근 중남미에서도 비슷한 시험대가 두 차례 있었고, 결과는 갈렸다.
베네수엘라: 늦었다는 비판과 반박 #
베네수엘라에서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발생한 연쇄 강진 대응을 놓고 비판을 받았다. 라과이라 주민들은 경찰과 군이 구조 작업에 소극적이었다며 항의했고, 현장에 투입된 장비와 구조 활동도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SNS로 구조 성과를 홍보하고,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피해 지역을 방문할 때 고가의 의상을 착용한 것을 두고도 위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역시 정부의 대응 규모가 인도주의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지진 발생 일주일 뒤 외신 기자들에게 "우리는 하루나 이틀, 사흘을 기다리지 않았다. 즉시 대응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정부 대응이 늦고 혼란스러웠다는 비판은 "선전 공장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이 같은 인도주의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빠른 초기 대응, 그러나 남은 잡음 #
콜롬비아에서는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지난 10일 규모 7.4의 강진을 맞았다. NBC뉴스에 따르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지역 상당수는 대선에서 그에게 압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던 곳이었다.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은 우파 지도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초기 대응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진 발생 약 1시간 만에 비상대응 지휘본부 설치를 발표하고 직접 대응을 지휘했으며, 몇 시간 안에 크레인과 굴착기 등 중장비가 투입됐다. 대통령도 36시간 안에 주요 피해 지역을 찾았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해외 구조팀의 지원을 대부분 거절한 결정은 논란이 됐다. 국제 지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고, 산악 지형과 열악한 기반 시설, 통신 장애 탓에 사망·실종자 집계가 늦어지는 문제도 나타났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