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5차 발사, 위성 15기를 차례로 내려놓는 '하차 작전'
누리호가 7일 다섯 번째 비행에서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위성 15기를 싣고 발사됩니다. 발사 13분 30초 뒤부터 위성끼리 부딪치지 않도록 시간 간격과 방향을 나눠 차례로 분리합니다.

원문: “위성 15기 차례로 내리세요”…누리호의 ‘위성 하차’ 작전 — KBS 뉴스
개요 #
누리호가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다섯 번째 비행에 나섭니다. 이번에 싣는 위성은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모두 15기입니다. 지금까지 누리호가 실어 나른 위성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버스 승객이라면 목적지에서 차례로 내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위성 15기가 우주에서 내릴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하차 순서는 물론이고 시간 간격과 방향까지 미리 계산해 둬야 합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위성끼리 부딪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사 예정 시간대는 낮 12시 23분부터 오후 1시 23분 사이입니다. 지난해 4차 발사는 새벽에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점심 무렵이 될 전망입니다. 목표 궤도와 발사 시간은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의 관측 임무에 맞춰 정했습니다. 정확한 발사 시각은 당일 기상과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 등을 따져 최종 결정합니다.
발사부터 위성 분리까지 #
300톤의 힘이 모이면 고정장치가 풀린다 #
발사 직전 누리호 아래로 불꽃이 쏟아질 때 눈여겨볼 부분은 로켓을 붙잡고 있는 고정장치입니다. 누리호 1단에는 75톤급 액체 엔진 4기가 묶여 있습니다. 네 엔진의 추력을 합쳐 300톤 수준에 이르면 고정장치를 풀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그제야 누리호가 발사대를 떠납니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한 준비는 몇 시간 전부터 시작합니다.
- 발사 약 4시간 전: 액체산소 공급라인과 탱크를 냉각하고,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채웁니다. 누리호를 세울 때 쓴 기립 장치도 철수합니다.
-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륙 직전까지 남은 준비 작업은 발사 관제시스템이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중계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흐르는 동안, 그 뒤에서는 실제 발사 절차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셈입니다.
이륙 후 13분 30초까지의 비행 #
발사대를 벗어난 뒤에는 비행이 빠르게 이어집니다. 계획대로라면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점 | 고도 | 이벤트 |
|---|---|---|
| 약 47초 | 약 6.5km | 음속 돌파 |
| 약 2분 3초 | 약 67km | 1단 분리 |
| 이후 | — |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
| 약 4분 28초 | — | 2단 분리 |
| 약 13분 30초 | — | 첫 위성 분리 |
2단까지 떨어져 나가면 남은 3단이 위성들을 목표 궤도로 데려갑니다.
35~40초 간격으로, 방향을 바꿔 가며 #
4차 발사 때는 주탑재위성 1기와 큐브위성 12기를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주탑재위성만 5기입니다. 같은 임무를 맡은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6호입니다.
발사 약 13분 30초 뒤 네온샛 2호가 가장 먼저 분리됩니다. 이어 35~40초 간격으로 3호부터 6호까지 차례로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 6호는 발사 약 16분 뒤에 분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간격을 두는 건 충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누리호 상단은 자세를 바꿔 위성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보냅니다. 분리 순간 위성이 받는 충격을 줄여 주는 저충격 위성 분리장치도 이번에 처음 적용했습니다.
다음은 큐브위성 10기 차례입니다. 약 16분 35초부터 10초 간격으로 2기씩 내보내며, 마지막 두 기는 약 17분 15초에 분리합니다. 실제 시점은 당일 발사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빛 '다섯 형제' 네온샛 #
작지만 눈은 밝다 #
이번 발사의 주인공은 금빛 단열재에 싸인 네온샛 5기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을 총괄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쎄트렉아이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 무게: 1기당 100kg 미만
- 크기(발사 시): 가로·세로 약 60cm, 높이 1.2m
- 카메라: 흑백 1m급, 컬러 4m급 해상도의 전자광학카메라
흑백으로 찍으면 도로의 배수구까지 알아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왜 여러 기를 함께 띄울까 #
산불이 난 지역을 위성으로 찍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불이 어느 쪽으로 번지는지 알려면 첫 사진에 이어 다음 사진이 필요합니다. 위성이 한 기뿐이라면 그 지역 위를 다시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여러 위성이 역할을 나누면 한 기가 지나간 뒤 다른 위성이 관측을 이어받을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여러 위성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운용하는 방식을 군집위성이라고 부릅니다.
네온샛은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더 자주, 더 정밀하게 살피는 것이 목표입니다. 관측 영상은 국가안보와 함께 산불·홍수 같은 재난 대응에도 쓸 계획입니다.
군집이 이번 발사로 모두 갖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양산 위성 26호 5기를 올리고, 내년 누리호 6차 발사에서 나머지 711호 5기를 올립니다. 앞서 쏘아 올린 시제기·검증기와는 별도로, 양산 위성 10기를 궤도면 두 개에 나눠 배치하는 구상입니다.
군집이 완성되면 한반도를 하루 3회 이상 촬영하고, 같은 지점을 24시간 안에 다시 찍을 수 있게 됩니다. 한곳을 하루 종일 생중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달라진 모습을 훨씬 자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께 오른 큐브위성 10기 #
크기는 작아도 큐브위성마다 맡은 임무가 뚜렷합니다.
우주 실험실과 통신 실험 #
- 비-1012 (스페이스린텍): 미세 중력 환경에서 의약품 결정을 키우는 실험을 합니다. 결정이 생겼는지, 어느 단계까지 자랐는지 인공지능이 판단해 실험 조건을 조정하는 기술도 검증합니다. 연구원 대신 AI가 타는 작은 약 실험실인 셈입니다.
- 시피샛 (조선대·부산대): 전파 대신 레이저 빛에 데이터를 실어 지상으로 보내는 광통신에 도전합니다. 함께 실은 LED는 광학 장비로 위성의 위치와 움직임을 추적하고 식별하는 데 씁니다.
우주에서 버티는 부품인지 시험 #
- 국산 소자·부품 우주 검증 플랫폼 2호 (항우연): SK하이닉스 메모리 소자 등을 싣고, 우주 입자와 방사선이 부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합니다.
- 에스디원샛 (스페이스앤빈): 지상용 상용 카메라·통신·AI 장비가 우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핍니다. 방사선량과 장비 작동 상태를 함께 기록해 비교합니다.
- 지비샛 (KAIST): 장비보다 주변 우주 환경 자체에 주목합니다. 우주 방사선 입자인 고에너지 양성자를 관측해 지구 저궤도 환경을 조사합니다.
바다·대기·도시를 내려다보는 눈 #
- 퍼샛02 (쿼터니언): 제주 주변 해양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해류를 감시합니다.
- 율리시스 (무인탐사연구소): 미세먼지의 이동과 발생 원인을 살피는 한편, 탐사 로버에 쓸 국산 컴퓨터의 기능과 내구성도 시험합니다.
- 대전샛-1호 (대전광역시): 도시 공간의 변화를 관측하고, 지역 기업의 카메라·태양전지판·메모리 기술을 검증합니다.
- 잭-007 (코스모웍스): 지구 영상을 찍으면서 자체 위성 제작·운용 기술이 실제 궤도에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합니다.
신호로 대기를 읽는 위성 #
- 슬레지 (오앤비스페이스): GPS 같은 위성항법 신호가 대기를 지나며 굴절되는 현상으로 지구 대기를 관측합니다. 전파방해 연구에 필요한 실측 데이터도 모읍니다.
지상 교신까지 마쳐야 '성공' #
위성 15기를 모두 내보낸 누리호 상단은 분리된 위성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충돌 회피 기동을 합니다. 비행 계획상 자동 비행 제어는 발사 약 19분 45초 뒤에 끝납니다.
이때부터 지상은 위성들의 첫 응답을 기다립니다. 로켓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됐는지와 위성이 스스로 작동하는지는 별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교신으로 상태 정보를 받은 뒤 전력·통신 장치와 자세 제어 기능 등을 점검합니다.
네온샛 초기 운영은 대전 항우연 지상국이 주관제소를 맡고, 노르웨이 스발바르와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 등을 함께 씁니다. 정상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주관제소를 넘겨받습니다.
위성별로 장비 기능을 확인하고 임무 준비를 마쳐야 본격적인 관측과 실험이 시작됩니다. 네온샛은 여러 위성이 찍은 사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영상 품질을 확인하고 보정하는 과정도 거칩니다. 산불과 홍수를 살필 사진, 우주에서 시험한 반도체의 기록까지, 위성 15기의 성과는 데이터에 담겨 지구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Photo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