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저기 앉을 짬이냐, 말이 돼?" 어이없던 '태움'의 시작 — MBC 뉴스
개요 #
27살 간호사 강수빈 씨가 지난달 초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 졸업 뒤 3년 가까이 병원에서 일하던 그를 벼랑 끝으로 몬 건 간호계의 오랜 괴롭힘 문화 '태움'이었다. MBC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엄정 조치를 지시했고, 경찰은 20명 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꿈꾸던 간호사, 첫날의 반짝임 #
수빈 씨는 2023년부터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어머니 김인아 씨는 딸의 첫 출근을 이렇게 기억한다.
"첫날 일이 끝나고 왔을 때 아이 표정을 진짜 잊지를 못하는데… 엄마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근데 얼굴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이 빛나던 딸. 그러나 그 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저기 앉을 짬이냐" —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괴롭힘 #
시작은 어이없을 만큼 사소했다. 입사 초, 수빈 씨는 다른 간호사의 심부름으로 의자에 앉아 음료 주문을 받았다. 그날 한 선배가 그를 향해 "저기 앉을 짬이냐, 저게 말이 되냐"고 쏘아붙였다.
그날 이후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같은 해 9월 야간 근무 중에는 한 선배가 "자살 생각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태움'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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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날 딸이 근무를 마치고 방에서 오열했다고 전했다.
"저희 딸이 그날 근무가 끝나고 방에서 저한테 그 얘기를 하면서 진짜 엄청 오열했어요. 너무 울었어요."
받아들여지지 않은 호소 #
2024년 6월, 수빈 씨가 SNS에 남긴 글에는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 "수간호사 선생님과 면담했다, 울면서 근무표 좀 제발 안 붙게 짜달라 했다", "지금도 출근하고 그 사람 봐야 한다".
병원은 근무를 분리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근무가 계속 겹쳤다. 피해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견디다 못한 수빈 씨는 지난해 4월 병원을 떠났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노동부에 낸 가해자 3명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은 단 1명만 인정됐다. 그마저 병원 징계는 '훈계'에 그쳤다.
일기장에 쌓인 지옥 같은 날들 #
수빈 씨의 일기장에는 하루하루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았다. 차분하던 필체는 감정이 격해질수록 거칠어졌다.
"그만두면 월세도 못 낸다, 그냥 난 그 지옥 속으로 계속 뛰어들어야 한다."
"장례식에는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오지는 않겠지만, 제발 마지막 부탁입니다."
결국 그는 지난달 초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통령 지시, 20명 규모 전담 수사팀 #
MBC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총경급 대장을 팀장으로 수사팀 10명, 의료수사 담당 3명, 피해자 보호 2명 등 20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 현재 수빈 씨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간호사들의 '태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병원에서 "계속 째려보는 '시선 태움'이 최악의 고통이었다"는 추가 피해자의 폭로도 이어졌다. 대한간호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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