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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UBLISHED · 2026년 8월 21일·8 MIN READ

이혼 소송에서 튀어나온 '노태우 비자금', 30여 년 만에 검찰 강제수사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두고 첫 압수수색에 나섰다.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300억원' 의혹이 30여 년 만에 수사 선상에 올랐다.

#노태우비자금#검찰수사#범죄수익은닉#독립몰수제#시사
Chun Doo-hwan and Roh Tae-woo attending an appellate court hearing in August 1996

원문: 이혼 과정서 실토된 '노태우 비자금' 수사 착수…30여 년 만에 봉인 풀린다 — 한겨레

개요 #

검찰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겨냥해 첫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소정수)는 8월 21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지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이다.

압수수색 대상은 연희동 자택에 그치지 않았다. 아들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센터'도 포함됐다. 두 곳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간 정황을 잡았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차명계좌를 내준 것으로 지목된 당시 비서관들의 집도 함께 뒤졌다.

수사의 출발점은 재판정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튀어나온 '300억원'이 3년 만에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혼소송이 열어젖힌 봉인 #

'노태우 비자금' 의혹이 외부로 알려진 건 2023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이었다. 노 관장 쪽은 아버지의 비자금이 선경그룹 성장의 토대가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근거로 제출한 건 두 가지다. 1991년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300억원어치 약속어음, 그리고 1998년부터 1999년 사이 김 여사가 직접 쓴 이른바 '김옥숙 메모'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을 비롯해 총 904억원 규모의 비자금 내역이 적혀 있었다. 최 회장 쪽은 300억원이 전달됐다는 주장을 지금까지 부인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문서와 펜이 놓인 책상 Photo by RDNE Stock project on Pexels

고발장에서 압수수색까지 #

의혹이 공개된 뒤 2024년 10월 5·18기념재단이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대사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재단이 제기한 규모는 메모에 등장하는 904억원을 넘어선다. 김 여사가 차명으로 보관하다 보험금 형태로 운영했다는 의혹이 붙은 210억원, 노 대사 쪽 공익법인에 출연된 152억원까지 더해 1266억원대라는 주장이었다.

이 숫자들은 199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발표와 겹쳐 읽어야 한다. 당시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이 4500억46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했고, 그중 약 3690억원의 사용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800억900억원은 행방을 찾지 못했다.

고발장을 받은 검찰은 그동안 은닉 여부를 들여다봤다. 이번 강제수사의 방아쇠를 당긴 건 노 대사 쪽 공익법인으로 들어간 약 150억원이다.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노 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동아시아문화센터(현 동아시아문화재단)에 147억원을 출연했고, 2022년에는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냈다. 범죄수익은닉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출연 기록이 수사의 핵심 근거가 된 셈이다.

관건은 '돈의 뿌리' #

결국 검찰이 붙어야 할 지점은 하나다. 재단에 들어간 출연금이 어디서 나온 돈인지를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 밝히느냐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적용하려면 넘어야 할 문턱이 둘 있다. 김 여사가 출연한 돈이 개인 재산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에서 파생됐다는 점, 그리고 이를 숨기거나 출처를 가장하려 했다는 점이다. 2016~2021년 출연된 150억원을 시작점으로 김 여사의 개인 계좌와 과거 차명계좌를 역추적해야 하는 작업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금 추적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 내려가야 한다.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300억원 건은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모두 세상을 떠나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 김 여사도 고령이어서 조사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알 수 없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회계·금융 자료와 개인 소장 기록 분석에 수사력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루 전 통과된 독립몰수제 #

수사 착수 바로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사자가 사망해도 불법 재산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독립몰수제가 담겼다. 비자금 국고 환수의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시행은 공포 1년 뒤다.

개정안은 내란 등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그에 근거해 얻은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뇌물·횡령·배임 범죄를 몰수 대상으로 명시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독립몰수제 법안 통과와는 전혀 별개로 진행됐다"고 선을 그었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