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단독]민주당 반대했던 '52시간 예외' 살리고 기간제 연장까지···반도체 메가특구 '노동 실험장' 되나 — 경향신문
개요 #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3대 메가프로젝트' 시설이 들어설 메가특구를 상대로 노동시간 규제만 손보는 게 아니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파견 확대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까지 함께 검토 테이블에 올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경영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항목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내건 이재명 정부의 방향과는 정반대다.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명분으로 메가특구가 각종 노동규제를 푸는 실험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노동부가 여당 의원들에게 보고한 잠정안 #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메가특구특별법(가칭)'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이 잠정안에는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오갔던 특례들이 담겼는데, 파견 확대, 노동시간 규제 완화,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이 핵심이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SK그룹과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산업통상부는 기업 수요를 조사해 특례를 최대한 법에 담는 데 힘을 쏟았다. 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특별위원회'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를 포함한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권 보호의 주무부처인 노동부까지 이 흐름에 속도를 맞춘 셈이다.
검토 중인 특례들 #
파견 확대 #
정부는 특구 내 기업의 파견 대상 업무를 넓히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지방시대위원회 의결을 거친 전문업종에 한해 노동부 장관이 파견 대상 업무 확대와 파견 기간 연장을 허용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기간제 2+2 연장 #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노동자의 서면 합의를 전제로 하고, 남용을 막기 위해 노사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연장한다. 정규직 전환 없이 계약이 끝나면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
노동자 개별 동의를 전제로, 소득 상위 3%인 관리자·연구개발자에게는 주 52시간 상한은 물론 법정 휴게시간·휴일 규정,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적용까지 빼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 도입도 논의 대상이다. 여기서 '소득 상위 3%'는 2025년 국세청 근로소득 백분위 기준 연봉 1억4000만원 이상, 고용형태별 노동실태조사 기준 연봉 1억3000만원 이상에 해당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행 1개월(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산 기간 안에 총 근로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각과 하루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밖에 주휴수당 미지급, 고령자 고용 노력 의무 적용 제외도 테이블에 올랐다.
반년 만에 뒤집힌 민주당의 입장 #
특별법은 부처 간 협의를 마무리하며 발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당정 협의에서는 연내 제정을 공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특례들이 그대로 도입되면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하고 노동권을 후퇴시킨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4년 반도체특별법 입법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반대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반도체법은 결국 이 조항이 빠진 채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는데, 본회의 처리 반년여 만에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모양새다.
메가특구를 시작으로 노동 유연화의 빗장이 하나씩 풀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벌써 경영계 일각에서는 '지역 형평성'을 이유로 반도체법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메가특구에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주면 판교나 용인의 다른 기업들도 풀어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나"라며 "한 번 물꼬가 트이면 거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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