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대법관 제청 합의 안되자 후보군 다시 뽑으려 했나…조희대 코트의 추천위 무력화 시도 비판 — 경향신문
개요 #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하기 직전,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후보자 4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추천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쏠린 제청권을 견제하려고 만든 것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다. 그런데 정작 그 결과물을 법원행정처장이 흔들려 했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7개월 공전 끝에 나온 전화 #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네 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문제는 그 뒤였다. 최종 후보를 놓고 대법원과 청와대의 합의가 약 7개월간 이뤄지지 않았다. 노 처장이 후보 4명에게 연락한 것은 지난주 초쯤. 이미 나온 추천을 사실상 없던 일로 되돌리고 새 후보군을 꾸리는 쪽을 검토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청와대와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노 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일부 후보가 거부해 바로 폐기됐다"며 "대법원장의 지시는 없었고, 사퇴하라고 말한 게 아니라 자유롭게 의견을 물어봤을 뿐"이라고 했다.
"권한을 넘어선 일" #
법원조직법은 대법관을 제청할 때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대법원장이 제청할 때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라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통제하려는 장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통해 나온 결과에 법원행정처장이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추천위의 공식 절차를 거쳐 후보들이 나온 건데,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대법원장의 지시 여부와 무관하게 문제라고 봤다. "법원행정처장이 나서서 절차 재진행을 후보들에게 물어본다는 건 후보추천위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민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법관 인선 절차가 밀실에서 짬짬이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과거 관행을 떠올렸다. "과거에 대법원장이 추천위에 '쪽지'를 내려보내 특정 후보를 요구하던 것이 제도 개선으로 사라졌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사실상 후보추천위 결정을 무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을 때는 계속 후보추천위를 다시 돌려서 뽑을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 #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선 절차 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국회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 제청권 남용을 통제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 사법행정권이 남용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라는 것이었다. 참여연대도 "대법원장 제청권을 포함한 법원조직법 개정과 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21일에는 김승원 법사위 여당 간사를 비롯한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의 대응 카드 #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로 규정하고 후속 대응을 논의 중이다. 이 대통령이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고 조 대법원장에게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은 후보자를 천거받는 단계부터 다시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길은 두 갈래다.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하거나, 인선을 서두르려면 지난해 12월 구성된 추천위를 다시 돌리는 방법이다.
다른 방향의 제안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할 경우 조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앞으로 제청권자와 임명권자 간의 이런 문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헌재의 판단을 받으면, 제청권과 임명권 사이에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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