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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UBLISHED · 2026년 8월 24일·10 MIN READ

녹지보다 녹음 — 폭염 시대에 '숲 지붕'이 만들어내는 것들

뉴욕이 2040년까지 숲 지붕 비율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나무 그늘이 1% 늘 때마다 사망률이 10% 줄어든다는 연구도 나왔지만, 한국엔 아직 관련 통계조차 없다.

#기후위기#폭염#도시숲#환경정책
Street trees forming a canopy over a pedestrian road in Bupyeong, Incheon

원문: 녹지보다 녹음…폭염의 시대, '숲 지붕'이 주는 이익 — 한겨레

개요 #

여름마다 반복되는 폭염이 이제 재난에 가까워지면서, 도시가 시민에게 그늘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그늘권'이다. 그 중심에 놓인 개념이 숲 지붕(임관, tree canopy)이다.

숲 지붕은 나무 위쪽의 잎과 가지가 무성한 부분, 즉 '나무 지붕'(수관, tree crown)이 여럿 모여 숲처럼 이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무에서 광합성과 증산이 가장 활발한 곳이자, 그늘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뉴욕은 이미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걸었고, 국내외 연구도 그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뉴욕은 2040년까지 30% #

숲 지붕을 세계적 화두로 끌어올린 건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다. 지난 4월 발표한 '도시 숲 계획'에서 그는 "기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23.4%인 숲 지붕을 204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뉴욕시가 꼽은 중점 사업은 세 가지다. 기존 숲 지붕 보존, 나무 더 심기, 그리고 도시 숲 관리자 양성.

한국에서도 움직임은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시민이 밖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그늘 보행권'을 도시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넓은 보도에는 나무 지붕이 큰 수종을 심고, 공간이 충분한 곳에는 가로수를 두 줄로 심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뉴욕처럼 숲 지붕을 몇 퍼센트까지 늘리겠다는 수치 목표는 없다. 애초에 한국에는 숲 지붕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녹지와 숲 지붕은 다르다 #

두 개념이 헷갈리기 쉬운데, 재는 대상이 아예 다르다. 녹지는 나무와 풀, 흙으로 이뤄진 땅의 면적이다. 숲 지붕은 나무의 잎과 가지가 햇볕을 가려주는 면적이다.

100㎡짜리 공원을 생각해보자. 녹지 면적은 100㎡지만, 숲 지붕 면적은 그중 일부에 그친다. 반대로 잘 자란 가로수가 뒤덮은 보행로는 법적으로 녹지가 아닌 도로지만, 숲 지붕 면적은 상당히 넓다. 숲 지붕은 계절을 타기도 한다. 여름에 가장 넓어지고 겨울에 가장 좁아진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도시에서 주로 녹지를 중시하고, 녹지율을 넓히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엔 녹지보다 녹음(나무 그늘)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에 맘다니 시장이 숲 지붕 계획을 발표한 뉴욕은 오래전부터 숲 지붕을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 Photo by 거열 박 on Pexels

기온 3도, 표면온도는 최대 25도 #

숫자로 보면 효과가 분명하다. 지난 5월 산림청 산림과학원 자료를 보면 가로수가 있는 보행로의 기온은 없는 곳보다 평균 3도쯤 낮았다. 표면 온도 차이는 더 크다. 가로수가 있는 곳은 최대 10~25도까지 떨어진다.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은 그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뭇잎은 태양복사열을 차단해 도로·벽·보도가 흡수하는 열의 양을 줄이고, 뿌리가 흡수한 물을 잎을 통해 증산하면서 주변 공기에서 열을 제거한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만만치 않다. 산림과학원은 지난 4월 "가로수가 차도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확산을 막고, 바람길을 형성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낮춘다"고 밝혔다. 6월 한-일 가로수 심포지엄에서는 김선희 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이 "가로수가 있는 곳에선 미세먼지가 30% 이상, 초미세먼지가 15%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가로수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경로는 잎과 가지에 붙는 흡착, 기공을 통한 흡수, 숲 지붕에 의한 차단, 숲 내부에서의 침강까지 네 갈래로 나뉜다.

그늘 1%가 사망률 10%를 줄인다 #

건강 지표로 넘어가면 수치는 더 극적이다. 2026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해리슨 가르시아 등이 미국 지구물리학회 학술지 『지오헬스』에 실은 논문 '도시 나무 캐노피의 증가와 사망률 감소 간의 연관성'을 보면, 나무 그늘이 1% 늘 때마다 사망률은 10%씩 줄었다. 심혈관계, 정신건강, 근골격계, 호흡기계 질병에서 모두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유럽연합 환경국도 2023년 6월 비슷한 제안을 내놨다. "숲 지붕을 30%까지 늘리면 도시의 평균기온은 0.4~5.9도 낮아지고, 열섬현상으로 인한 사망자도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는 것보다 지키는 것 #

가르시아의 논문과 뉴욕시 계획이 나란히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기존 숲 지붕의 보존이다. 뉴욕시는 이를 세 가지 주요 방향 가운데 하나로 못 박았고, 가르시아의 논문도 "기존 숲 지붕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썼다.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봄철마다 반복되는 획일적인 가로수 가지치기, 강전정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닭발 가로수', 상인·주민 민원에 따른 센 가지치기와 가로수 제거, 잦은 수종 교체, 재개발·재건축 과정의 '모두베기'. 하나같이 이미 만들어진 숲 지붕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최진우 전문위원은 순서를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에서 숲 지붕을 늘리려면 가장 먼저 이를 도시의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 현재는 숲 지붕의 통계 자체가 없다. 이와 함께 기존 숲 지붕을 유지할 수 있게 가지치기나 수종 교체 등에 주의해야 하고, 나아가 공공 도로의 가로수뿐 아니라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의 숲 지붕까지 관리해가야 한다."


이 글은 위 출처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원문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하며, 별도의 견해를 포함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