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우 '에너지 휴전' 일방 발표…우크라 "처음 듣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했고 러시아는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를 잡으려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문: 다급한 트럼프 “러-우 에너지 휴전” 일방 발표…선거 부진에 또 무리수 — 한겨레
개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처음 들었다"고 했고, 러시아는 같은 날에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계속 공격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경유 공급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를 잡으려고 무리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율 없는 휴전 발표 #
"즉각 효력 발생"…기간·대상은 빠져 #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에너지 휴전이 이뤄졌다"고 올렸습니다. "양쪽 모두 동의했다. 이를 위반하지 말라"며 "이 내용은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휴전 기간이나 적용 대상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처음 듣는 내용"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나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한 고위 관료도 파이낸셜타임스에 "누구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자체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에너지 휴전에 동의한다면 우크라이나도 동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지지하며 러시아도 이를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쪽의 자세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침묵 속 공격 지속 #
러시아는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를 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2일에도 에너지 휴전에 관해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저녁 영상 연설에서 "안타깝게도 오늘 하루 종일 우크라이나 상공에는 러시아의 '샤헤드'(드론)들이 득실거렸고, 활공폭탄 공습과 에너지 인프라 타격도 있었다. 저녁에는 하르키우의 발전소가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휴전이 즉각 발효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현실이 달랐던 셈입니다. 12일에도 하르키우의 한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지난달에도 같은 일이 #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혼자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14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휴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먼저 응하면 따르겠다고 했고, 러시아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에 러시아의 공격과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휴전 발표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경유 거래와 우크라이나 압박 #
러시아산 경유 480만톤, 대가는 제재 완화 #
이번 휴전 발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직전에 미-러 경유 거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총 480만톤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대가로 미국 정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부과한 관련 제재를 일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 미국 의회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전쟁 당사자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결정을 전쟁을 길게 끌고 갈 길을 열어주는 "전쟁 투자"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젤렌스키 교체까지 거론 #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교체를 시사하는 말로 맞받았습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빌어먹을 공격을 당장 멈추는 게 좋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압박이 말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무기 조달 체계를 끊겠다고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관리들이 정보 공유 중단과 함께 '우크라이나 우선 소요 목록'(PURL) 차단을 거론하고 있다는 겁니다. PURL은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프로그램으로, 미국은 돈을 내지 않습니다.
배경: 중간선거와 기름값 #
지지율 32%, 경유값 70% 폭등 #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공급에 이렇게 매달리는 건 11월 3일 중간선거 때문입니다. 5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응답자의 78%는 물가 상승의 책임이 백악관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경유값은 갤런당 6.3~6.4달러로, 이란 전쟁 이전보다 70%나 올랐습니다. 판세를 뒤집으려면 유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거래,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 압박 같은 무리수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중동은 더 풀기 어려워 #
유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중동 상황이지만, 이쪽은 돌파구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한 이란은 해협 개방 조건으로 '7가지 사항'을 내걸며 종전 협상 문턱을 크게 높여놨습니다.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지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 전쟁도 미국이 섣불리 끼어들면 분쟁만 키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과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는 어떤 시점에도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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